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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DJ의 야밤선곡

김광석 - 내 사람이여




 




김훈의 신작 '흑산(黑山)'이 출간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오늘 9시 뉴스 인터뷰에서 그는 예의 그 어눌한 말투로 "고통 없이 편하게 쓰고 읽히는 글은 절대로 쓰지 않겠다"고 말했다. 언제나처럼 '폼'을 잡던 김훈. 그러나 그의 삶과 '폼'은 어떻건 간에 상관없다. 김훈의 문장은 황홀하다. 특히 그의 많은 산문은 읽을 때마다 기가 찬다. 그의 산문 문장에서는 '씨발, 나도 이렇게 공들이기 졸라 힘들어. 그렇지만 게으르게 놀고 먹진 않을꺼야. 그게 내가 가진 최소한의 염치야'라는 육성이 들린다. 그 불온한 육성이 쌓이고 쌓여 그만의 스타일을 만들었다. 그것은 질기고 끈적한 직업윤리이기도 할 것이다. 김훈은 김훈, 나는 나. 김광석은 김광석. 나는 지금 내 문장의 조악함과 빈약함을 잘 알고 있다. 김광석의 노래는 오늘도 반복된다. 저 반복 속에서 죽음은 숨을 쉬고, 우리 역시 죽음을 향해 다가간다. 노래는 노래고, 글은 글이다. 김광석의 저 목소리에 바치는 전무후무한 미문(美文)을 쓰고 싶다는 욕망이 나를 좀 더 발전시켜줄 것 같다. 


결혼식 때 이 노래를 부르고 싶단 생각을 몇 달 전부터 하고 있다.






내가 너의 어둠을 밝혀줄 수 있다면
빛하나 가진 작은 별이 되어도 좋겠네
너 가는 길마다 함께 다니며
너의 길을 비추겠네

내가 너의 아픔을 만져줄 수 있다면
이름없는 들의 꽃이 되어도 좋겠네
음 눈물이 고인 너의 눈 속에
슬픈 춤으로 흔들리겠네

그럴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내 가난한 살과 영혼을 모두 주고 싶네

내가 너의 사랑이 될 수 있다면
노래고운 한 마리 새가 되어도 좋겠네
너의 새벽을 날아다니며
내 가진 시를 들려 주겠네

그럴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이토록 더운 사랑하나로 
네 가슴에 묻히고 싶네

그럴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네 삶의 끝자리를 지키고 싶네
내 사람이여 내 사람이여
너무 멀리 서있는 내 사람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