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를 조금 쉬고, 체계적인 운동을 새로 시작하기 전까진 달리기에 열을 올리기로 했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달리면서 하루를 시작할 수만 있다면... 크흑...) 집에서부터 남부순환로를 거쳐 방배역으로 꺾은 후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며칠에 한 번씩, 또는 몇주일에 한 번씩 달리는 코스인데 이제는 가급적 매일 달리려 한다.
어제는 30분을 찍었는데, 오늘 의식적으로 시간을 신경쓰면서 24분에 마무리했다. 지하철공사 건물부터 우면산을 끼고 남부순환도로를 뛰는 길(1.2km 남짓?)이 사실 계속 완만한 오르막길이다. 거기서 왼쪽으로 꺾고 방배역까지는 가파른 내리막길, 다시 역에서부터 집까지는 꽤 경사가 있는 오르막길이다. (24분도 아주 못봐줄 기록은 아니라규...)
경찰특공대의 체력 최고 등급이 2km 구보에 7분이고, 기타 특수부대 등에서 1.5km 달리기에 5분 내로 찍으면 가장 잘하는 수준인 것 같다. 미국 해병대의 경우 4.8km에 18분을 찍으면 최고 등급이었다. 일단 3.4km의 구간을 20분 내로 찍는 걸 목표로 달려야겠다. 꼬박꼬박 달리고 기록하는 일을 통해서라도 나 자신을 다잡고자 하는 거다. 이런 일이 나를 도와줄 것이다. 이런 규율에 익숙해져서 나중엔 더 강하고 엄격한 규율에도 잘 적응할 수 있다면 스스로에게 뿌듯하겠다. (금연 같은.)
나는 마스터 키튼을 따라하고 있는 거지. 스스로를 시험하기 위하여 영국 SAS에 입대한. 아님 달리기광이라는 하루키. 키튼의 실사판인 베어 그릴스일수도 있고. 순수한 체력의 측면에선 이미 방점을 찍고 저물어가는 시점을 맞아, 나는 (내 또래 누구나가 지닐) 씁쓸함과 회한을 딛고 그저 달려야 할 뿐이다.
오늘은 버스커버스커의 2집을 들으면서 달렸다. 휴일 밤 9시쯤이었는데 우면산 건너편의 서초구 어린이집에선 젊은 여선생 두 명이 부엌을 정리하고 창틀을 매만지고 있었다. 뛰다가 스쳐본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내일 아침 아이들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을까? (어린이집 교사야말로 위대한 직업이다. 어린이집의 실질임금이 지금보다 2배는 늘어나고, 어린이집 여성 교사들을 신체적 정신적으로 학대하는 꼴통 원장들과 학부모들과 공무원들을 즉결처분감방에 제대로 보내는 사회야말로 건강한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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