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찾사 - 일요일이 다가는 소리
연휴의 마지막 일요일 잘 보내셨나요? 날이 많이 쌀쌀해져서인지, 일요일이 다 가고 있어서인지, 가을이 깊어가고 있어서인지, 마음이 황량하고 스산합니다. 이직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일수도 있겠고, 새 회사 생활이란 옷이 영 몸에 맞지 않고 부담스러워서일 수도 있겠네요.
내일 회사에 나가면 잘 할 수 있을까, 나는 지금 제대로 살고 있는 걸까. 이 귀중한 젊음을 충실하게 보내고 있는 걸까. 그리고, 왜 모든 휴일은 그처럼 늦잠과 뭉그적거림의 반복인 걸까. "나는 왜 그토록 헛된 시간을 보냈나"라고 질질 짜면서 자책하던 정대만이 제 안에도 있군요. 밥벌이와 자아실현이라는 두 외줄을 위태롭게 타고 있는 서른 즈음의 시간이 씁쓸합니다. 올해도 3달이 채 남지 않았네요!
<일요일이 다가는 소리>란 노찾사의 유명한 노래가 있는데요. 듣다가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마음의 안과 밖을 흘러가는 모든 소리는 평등하구나. 소리가 마음이구나.
매번 한 주가 끝나고, 마음속엔 아쉬움만 쌓여갑니다. 아직은 새파란 제 자신의 삶도 시끄럽고, 늙은 아비가 돈 벌어오는 풍경을 바라보는 감정도 시끄럽네요. 주위 사람들과 상처를 주고 받아서 마음이 번잡한 것도 따지고 보면 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이고, 여하튼 모두가 바쁜 광경을 바라볼 때도 마음속엔 무언가 소리가 들리고, 식당과 도로와 술집은 여전히 시끄럽구요. 변함없이 들리는 소리도 있고, 새롭게 들려오는 소리도 있고...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나는 외로운 사람이지만, 어쩌면 당신도 외로운 사람인 건 아닙니까? 나는 외로워도 나이를 먹었기 때문에 가만히 있을 수 있지만, 당신은 젊으니까 그러고 있을 수 없는 거겠지요. 움직일 수 있을 만큼은 움직이고 싶은 거겠지요. 움직여서 무언가에 부딪쳐보고 싶은 거겠지요."
뭐든, 서로 부딪치면 소리가 납니다. 마음이 시끄럽다는 건 세상과 계속 부딪치고 있다는 것일 테고, 소세키의 표현대로라면 그것은 내가 아직은 젊다는 뜻도 될 것 같네요. 그러니 <일요일이 다가는 소리>는 내 마음 안팎에서 들리는 소리를 나열했지만, 이리저리 치이는 서글픈 젊음을 노래하고 있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출근하기 싫으네요.
(@nbamania)
일요일이 다가는 소리 아쉬움이 쌓이는 소리
내마음 무거워지는 소리
사람들이 살아가는 소리 아버지가 돈버는 소리
내마음 안타까운 소리
엿장수가 아이부르는 소리 아이들이 몰려드는 소리
그러나 군침만 도는 소리
두부장수 짤랑데는 소리 가게아줌마 동전세는 소리
하루하루 지나가는 소리
변함없이 들리는 소리 이제는 다 가버린 소리
들리던 소리도 들리지 않네 그 어디서 울리고 있을까
채석장의 돌깨는 소리 공사장의 불도저 소리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
대포집에 술잔들이는 소리 취한 사람 젓가락 소리
아쉬움 밤 깊어만가는 소리
빌딩가에 타이프 소리 엘리베이터 올라가는 소리
모두가 바쁜 그 소리
새마을호 날아가는 소리 자가용차 흐르는 소리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