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는 詩를 싣고

배우를 위하여 / 정현종

Alyosha 2012. 11. 11. 10:53






배우를 위하여 / 정현종


행동을 버릴 것, 지니지 말고

말을 버릴 것

버렸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버렸다고 생각했을 때

다시 버리고 자기의 것이라고 생각했을 때

자기를 버리고 그리고

박수 소리를 버리고

웃음을 버리는 웃음

표정을 버리는 표정

슬픔의 주인은 슬픔, 기쁨의 주인은 기쁨

행동의 주인 말의 주인은 각각 그것들 자신이도록 하고, 그렇다면

구원이 그대를 편안하게 할는지 모른다.

슬픔은 계속 남겠지만

죽음이 마침내 그대에게 행동과 말을

주겠지만, 그렇지만, 그러므로

그렇다고 하더라도….






내게는 여러모로 애착이 클 수밖에 없는 시다. 가끔씩 중얼거리면서 외우곤 한다. 내 청춘의 풋냄새와 혼곤함이 뒤섞여 묻어있는 시구. 그리고 이 시를 알게 해주었던 사람. 지울 수 없는 기억들, 상처들, 어리석음과 욕심들. 물론 그런 개인적 기억을 제끼더라도, 이 시는 아름답다. 처음 읽은 그 순간부터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이 시의 아름다움은, 인문적인 아름다움이라고 칭해야 옳을 것이다. 소설가 김영하는 나이가 들면 자신이 희곡을 쓰게 될 것 같다고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누군가의 입과 몸을 거쳐가는 문학이야말로 영원에 가까운 게 아닐까 생각한다면서…. 연극과 배우는 인류의 영원한 알레고리다. 심지어 종교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