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커스

본격 엑소 멤버들 SNS 사용 옹호글

Alyosha 2013. 10. 7. 10:36





어젯밤, 위의 움짤을 보고 이런저런 잡생각이 들었다. 마침 어제는 내가 집에서 TV귀신으로 빙의해 SBS 쇼음악중심인지 뭐인지 하는 프로그램까지 통째로 시청한 날이었다! (홍철이형 거기서 뭐하고 있어요?) 요새 가장 HOT한 아이돌이라는 엑소의 무대를 처음 접했던 날이기도 했다. 그런데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본 저 짧은 영상의 제목은 '엑소 매니저 무서워'였다. 영상에 나오는 멤버 이름은 크리스라고 한다.



움짤에는 열혈 팬에게 아주 쌀쌀맞게 구는 엑소의 매니저가 등장하고, 그 매니저와 팬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엑소 멤버가 나온다. 뭐 그냥 움짤이니깐 현장의 상황과 전후맥락은 알 도리 없지만, 어쨌든 대략적인 상황은 그런 것 같다. 엑소 사생팬들의 패악질은 아주 유명더랬고, 그런 와중에 현장에서 가장 민감하고 신경질적이 될 수밖에 없는 사람은 매니저와 기획사 스태프가 되겠다. 그리고 엑소의 멤버는 그 사이에서 쩔쩔매고 있다. 매니저 형이 힘든 것도 알아, 자신도 꽥꽥거리는 여자애들이 짜증나, 하지만 자기를 열렬하게 좋아해주는 사람에게 대놓고 뭐라 하지도 못해….



아무리 10대 여자애들을 뒤흔들고 있는 꽃미남 영웅들이라고 하더라도, 엑소 멤버들은 다 10대의 질풍노도를 겪고 있는 꼬꼬마일 뿐이다. 그런 그들에게 몇달이나 혹은 몇년까지 함께 뒹굴었을 기획사의 매니저 형들은 거의 식구와 다름없을 것이다. 사실 매니저란 게 그런 일 아닌가. 기획사와 연예인 중간의 다리 역할을 하면서 때로는 관리를, 때로는 케어를 해주는 존재 말이다. 그러므로 정상적인 학교생활이나 사회생활은 거의 포기한 것과 다름없는 엑소 멤버들에게 '매니저 형'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크고 중요할지 안 봐도 훤하다. 



인터넷에서 '엑소 매니저'를 검색하니 팬들이나 호사가들 사이에선 이미 유명한 키워드인지 벌써 이 팀의 매니저들이 그동안 팬들을 어떻게 거칠게 다루고, 얼마나 신경질적으로 엑소를 '보호'했는지에 대한 일화와 움짤들이 한바가지다. 어쨌거나 엑소를 데리고 전국 방방곡곡의 스케줄을 뛰어야 하는 매니저들의 입장은 엑소든 어떤 연예인이든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나는 다만 위의 짧은 움짤에서 엑소라는 팀이 얼마나 어리고, 알고 보면 이 연예판이라는 '심리적/상징적 먹이사슬'에서 얼마나 아래쪽에 위치해 있는지를 생각했다. 얘네는 으르렁거리며 온갖 음악프로그램의 1위를 휩쓸고 있지만(그러나 어젠 버스커버스커가 1등 룰루), 알고 보면 매니저와 팬 사이에서도 쭈뼛쭈뼛 주눅들 수밖에 없는 존재다. 저 상황에서 차분하게 매니저를 말리고 팬에게 웃으며 양해를 구한다는 '성숙한' 시나리오는 공상에 불과하다. 그리고 아마, 본능적으로, 열혈팬들은 엑소가 그런 '성숙한' 어른이라면 엑소에게 저렇게 환장하진 않을 것이다. (10대 여자의 본능?



말하자면, 얘네는 주위의 현실로부터 완전히 종속되어 있다. 가요계의 왕인데, 어리고 세상 물정을 몰라 꼭두각시처럼 움직인다. 얼마전의 GD처럼 자기 집앞에 쫓아온 사생팬들에게 독한 일침을 가한다거나, <마녀사냥>의 성시경이 그런 팬에게 아예 "꺼져"라고 했다는 것처럼 간 큰 반응을 보여줄 수가 없다. 허구한 날 '으르렁'을 부르면서 자기 좋다고 발 벗고 쫓아다니는 팬들의 환장에 으르렁 한 번 못하는 처량한 처지인 것이다. 근데 이건 처량한 게 아니라, 사실 당연한 것이다. 내가 10대 때 그런 상황이라고 다르겠는가? 나라고 기획사의 사장님이나 매니저 형한테 끽소리 할 수 있었겠는가? 나를 이렇게 화려하게 성공시켜준 이와, 나를 온 몸으로 지켜주는 형들한테 말이다. 그리고 날 보고 꺅꺅대며 눈물을 흘려주는 여동생들에게….



그러므로, 나는 연예인의 SNS 사용을 옹호한다. 엑소처럼 어리면서 저런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고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을 게 당연한 팀과 멤버들은 SNS를 더 더 활발히 사용해라. 너희라고 저 상황에서 '남자답게' 굴고 저 상황을 교통정리하고 싶은 욕망이 왜 없었겠니. 찾아본 바로는, 실제 저 움짤의 크리스가 과거 중국 팬들에게 "나는 너희들을 다 책임져줄 수 없으니, 나 좀 적당히 쫓아다녀"라는 의젓한 글을 SNS에 남겼었다고 한다. SNS야말로 현실의 모든 권력관계로부터 자유로운 유일한 탈출구이며, 너희를 어른으로 만들어줄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다! 자기다운 표정을 짓고, 자기다운 말을 하는 것이야말로 (상징적/심리적인) 어른이 되는 첫걸음이 될 터이니….



"트위터는 인생의 낭비"라는 말이 아주 틀리다곤 할 수 없겠으나, 언제나 맞는 말도 아닐 것이다. 아예 기획사의 '컨셉'으로 시작하고 '컨셉'으로 떠버린 10대 꼬꼬마 영웅들. 아주 일찍부터 어른들의 시스템에 철저하게 복종하며 성공한 멤버들. 다 좋다. 그러나 그들의 성장만은 '컨셉'이 될 수 없다. 그러니 엑소 친구들아, 때로는 자신의 팬들을 향해 못할 말도 하고, 매니저 형들과 갈등도 해 보면서 의젓한 어른이 되어나가렴. 아이유를 욕하는 삼촌들이 아이유 인생 책임져줄 게 아니란다. 그리고 먼저 SNS에서 솔직하게 말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면, 언제든 현실에서도 그렇게 되어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너희 안에 품고 있는 거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