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DEN SLUMBER

연극 두 편 감상기

Alyosha 2008. 11. 18. 21:01


 2008년 11월. 세종대에서 올려진 <자오선이 베타별을 지날 때, 내게>라는 작품을 보았다. "대학연극축제"의 일환으로 여러 대학 극회인들이 모여서 올린 작품이었다. 우리 한양대 극회에서도 내가 사랑하는 후배 네 명이 배우와 조명으로 참가했었는데….



11월 16일에 감상하고 18일에 블로그에 상당히 수위 높은 '악평'을 써놓았는데… 잊어버리고 있다가, 어제 어떤 분께서 댓글을 달아주셔서 흠칫했다. 공연에 직접 참여하신 분이었고….


물론 보고 실망을 많이 했던 작품이기는 하지만, 내가 아무리 내 블로그였다고 할지라도 다른 이들이 정성껏 올린 공연을 그렇듯 공개적으로 비난했던 건 잘못했다. 그 당시에는 내가 좀 치기어렸던 것도 있고, 철없기도 했었고.


 
자꾸만 건강하고 참신한 경쟁력과 '아마추어로서의 미덕'을 잃어버리고, 타성화 된 채 '학예회'化된 공연을 반복하는 대학연극에 대한 안타까움이 이 글에서는 주제넘게 표출되었던 듯싶다.



그러해서, 나머지 비난들은 지워버리고, 작품에서 좋았던 장면들의 메모만 남겨보면 이러했다.


 * 지하철에서, 붕어빵을 한 입 가득 먹고 있는 여주인공에게 도둑키스하는 소심남. 관객들이 정말 좋아하더라. 상식의 틀을 깨는, 개연성 없는 상황의 힘이었을까. 

 * 같은 씬에서, 둘의 로맨스를 조장하는 '음악의 힘'. 적절한 곳에 배치된 잘 어울리는 음악 혹은 효과음이 줄 수 있는 영향력.

 * 두 연인이 등장하는 상황에서, 다른 한편의 실연남이 보여준 타이밍 좋은 울음연기(애드리브). 그의 코믹스러운 과장된 연기에 관객들 아주 좋아하더라.

 * 작품에서 그나마 (연출적으로) 잘 된 곳이 있다면, 상황의 단순화된 반복을 통해 사태의 본질에 다다르려는 국어학원 아르바이트 채용 장면. 



● 게으름 탓에 지난 '문래페스티벌'의 <리어카 뒤집어지다>의 감상평을 쓰지 못했었다. 이 작품은 아쉬움이 많이 남았는데, 템포와 감정선의 조절이 좀더 섬세하고 뚜렷 명확했다면 관객들에게 훨씬 큰 즐거움을 줄 수 있던 공연이었다. 연출도 좋았고 배우들의 실력도 뛰어났으나 무언가 허전한…. 판토마임의 힘을 절감했다. 저글링이라는 크게 어렵지 않은 묘기에 우리(관객)가 얼마나 넋을 잃고 좋아했던가? ―이런저런 사물을 통한 두드림, 하모니카, 춤과 노래. 이런 것들이 적절히 조합되어 '신체극'의 묘를 살리고 있었다. 그러나 "가난"에 대한 메시지의 전달이 워낙 서투르고 작품에 녹아들지 못해 아쉬웠던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