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는 詩를 싣고

연인 / 김종삼

Alyosha 2013. 12. 30. 02:00






연인 / 김종삼


나의 연인은

고지대 빈터

돌축대이다.

나의 연인은 어느 철둑길 연변에

높이 자란

어둠한 잡초밭이다.

나의 연인은 내가 살아가는 날짜들이다.






나의 연인은 아무도 주의깊게 들여다보지 않는 축대이자, 철길 언저리에 허망하게 우거진 잡초밭이다. 쓸쓸하고 무의미한,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끌 수 없는, 마치 이 세상의 영원토록 고요한 배경 같은, 돌축대와 잡초. 그리고 내가 살아가는 날짜들. 색깔이 없고, 윤곽도 없고, 그림자도 없는, 마땅한 추억도 아름다움도 애틋함도 없는 시인의 삶. 나의 삶. 그래서 더 애틋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