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DJ의 야밤선곡

윤상 - 사랑이란

Alyosha 2012. 9. 7. 21:15



"





그저께였다. 오랜만에 찾은 캠퍼스 안의 그 익숙한 공간에서, 익숙한 사람들 속에서, 나는 마음이 아팠다. 누군가를 아프게 함으로써 성장할 수 있었단 사실은 나를 우울하게 만든다. 난 그때 꼭 그래야만 했던 걸까. 나는 사랑의 이름으로 죄를 지었던 건가. 이젠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는 걸까. "들어봐 나의 사랑은 함께 숨쉬는 자유/ 애써 지켜야 하는 거라면/ 그건 이미 사랑이 아니지"라는 가사는 아름답지만, 너무 심하다. 심하게 이상적으로 묘사된 사랑이다. 



내가 보기엔 애써 지키지 않아도 되는 사랑은 찾기 힘든 것 같다. 이 퍽퍽한 세계에서, 이 변덕스러운 몸뚱아리를 달고, 그나마도 남의 눈에 나지 않고 살겠다는 것들이 전부 애쓰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랑도, 성장도 다 그렇다. 



이 말끔하게 다듬어진 노랫말의 가장 중요한 전제는 "우리의 삶에 정답이란 없을 테니"에 있겠다. 사랑에 관한 그 쿨하면서도 씁쓸한 전제 말이다. 그러나 사랑은 아마 이 공허한 클리셰를 무너뜨리는 데서 시작되고 끝날 것이다. 삶에 정답이 있건 없건, 사랑은 둘 사이의 정답 찾기다. 사랑은 룰을 벗어나고 말고가 아니라 '둘의 룰'을 만드는 것이다. 이거, 진짜 만만한 일이 아니다. 해 본 사람은 그 괴로움을 알리라. 헤어지고 난 뒤 '어차피 저마다의 삶은 다 다른 것'이라고 감상을 떨 일이 아니란 말이다. 



어쨌건 무언가 쪼잔하고 공허한 윤상의 목소리와 아주 잘 어울리는 노래라고 생각한다. 이 노래를 소개시켜 준 친구도, 요새 좀 힘든 듯도 싶은데, 좋은 일들이 가득하길 바란다.








내가 보이긴 할까 너 있는 거기서

달콤한 유혹이 너의 눈을 가려버린 지금

언젠가 내게 말했지 진실한 사랑은

정해진 룰에서 벗어나지 않는 거라고

그럴 수도 있겠지


우리의 삶에 정답이란 없는 것

오랫동안 꿈꿔온 사랑이 다를 수도 있겠지

들어봐 나의 사랑은 함께 숨쉬는 자유

애써 지켜야 하는 거라면 

그건 이미 사랑이 아니지


너도 울게 될 줄을 알고 있었다면 

난 너를 절대로 떠나보내지 않았을 텐데

스스로 만든 약속을 어긴 건 너 이지만

괜찮아 결국은 이별까지도 사랑인걸


우리의 삶에 정답이란 없는 것

오랫동안 꿈꿔온 사랑이 다를 수도 있겠지

짧았던 나의 사랑은 이렇게 끝나지만

손끝에 새겨진 너의 모습 나는 결코 

잊지 않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