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DEN SLUMBER

이리와 무뚜 - 김광림 作

Alyosha 2010. 5. 29. 11:47






'산대백희'(山臺百戱), 또는 "어른들을 위한 온갖놀이"라는 공연철학을 갖고 있는 극단 우투리(예술감독 김광림)가, 한국의 전통적 연극양식을 현대화하는 '퓨전 연희극'의 형식으로 2006년에 초연한 <이리와, 무뚜!>. '산대'는 조선 시대 큰 행사나 잔치가 있을 때, 거리나 빈 터에 대를 쌓아 연극이나 공연을 할 수 있도록 만든 산 모양의 무대를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광대들은 이 무대에서 음악에 맞추어, 춤, 노래, 이야기, 연희 등을 펼쳤다고. 김광림 작가는 이 작품이 실린 자신의 희곡집에서 산대백희의 정신에 대해 "우리 전통이 소중하니까 이것을 살려내야 한다는 의무감이나 애국심 때문이 아니다. 세계화 바람에 맞서보자는 것도 아니다. 해보니까 이것이 좋고 정서적으로 나에게 맞고 그래서 내가 잘 할 수 있고 즐겁기 때문이다. 산대백희 작업 속에서 나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연극적 자유로움을 느낀다. 그래서 즐겁다"라고 적었다고. (도서출판 평민사) 


 





오늘 학교에 들러 후배들의 공연을 보고 왔다. 1학년 신입생들이 위주가 된 새내기 워크샾 공연이긴 했지만…. 글쎄…. 솔직히 퍽 실망하기는 했지만, 대학 극회 공연이라는 것이 굳이 작품성이라든지 진지한 연극적 성취만을 목표로 하는 건 아닐 테니 너무 엄격하게 생각하지는 않아야겠다. (2000년대 이후, 대학교 극예술연구회의 목표는 무엇일까? 90년대까지는 설령 어설펐을지라도 연극에 관한 자부심과 패기가 넘쳤던 것 같은데….) 아무튼, 김광림 작가를 비롯한 극단 우투리에서 추구하고자 했던, 내가 위에 길-게 인용한 '정신'들이 단 하나도 구현되고 있지 않았다는 게 안타까웠다…. 하지만, 새내기들이 즐겁게 작업했고 연극에 나름의 관심을 갖게 되었다면 그것도 의미없는 일은 아니었겠지…. 그리고, "세상에 애비 에미 없는 건 광대들뿐"이라는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광대는 애초부터, 그리고 끝내, 세계(부모-가족)의 권위와 질서에 편입되지 못하는 운명일 것이다. 그 운명이 자신을 까발리게 만든다. (2010년 5월 28일 금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