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는 詩를 싣고

재봉裁縫 / 김종철

Alyosha 2015. 6. 5. 17:24









재봉裁縫 / 김종철

사시사철 눈오는 겨울의 은은한 베틀 소리가 들리는
아내의 나라에는
집집마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마을의
하늘과 아이들이 쉬고 있다.
마른 가지의 暖冬의 빨간 열매가 繡실로 뜨이는
눈 내린 이 겨울날
나무들은 神의 아내들이 짠 銀빛의 털옷을 입고
저마다 깊은 內部의 겨울바다로 한없이 잦아들고
아내가 뜨는 바늘귀의 고요의 假縫
털실을 잣는 아내의 손은
天使에게 주문 받은 아이들의 全生涯의 옷을 짜고 있다.
설레이는 神의 겨울,
그 길고 긴 먼 복도를 지내나와 
사사철철 눈오는 겨울의 은은한 베틀 소리가 들리는
아내의 나라,
아내가 소유하는 懷孕의 고요 안에
아직 풀지 않은 올의 하늘을 안고
눈부신 薔薇의 알몸의 아이들이 노래하고 
있다.
아직 우리가 눈뜨지 않고 지내며
어머니의 나라에서 누워듣던 雨雷가
지금 새로 우리를 설레게 하고 있다.
눈이 와서 나무들마저 儀式의 옷을 입고
祝福 받는 날.
아이들이 지껄이는 未來의 낱말들이
살아서 부활하는 織造의 방에 누워
내 凍傷의 귀는 영원한 꿈의 裁斷,
이 겨울날 조요로운 아내의 裁縫일을 엿듣고 있다.





한 구절 한 구절이 비유 그대로 '詩句'와 같이 아름다워 몇 년 전부터 간직하고 있는 시다. 은빛 겨울의 환상적이고, 고요하며, 영속적인 세계를 창조해내는 것은 결국 나의 아내. 그리 길지 않은 시에서 일곱 번이나 반복되는 '아내'라는 단어. 천사에게 주문 받은 아이들의 전생애의 옷을 짜는, 아내. 내 아이의 어머니. 그 신비롭고도 마음 깊은 곳을 울리는 한 여인.



그런 한 여인을 만나기 힘들다고 나 역시 괴로워하고 울상을 지을 일이 아니다. 내가 내 내부에 펼쳐진 드넓은 겨울바다를 만날 수 있다면, 만나지리라. 언젠간,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