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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만드는 남자

윌리엄 H. 암스트롱, <단단한 공부: 내 삶의 기초를 다지는 인문학 공부법>






한 달 전쯤 선배가 보고 있던 책을 냉큼 뺏어 카페에서 속독했다. 내가 사랑하는 선배는 <Study is Hard Work>라는 원제를 아무래도 '자기계발틱'하게 바꾼 것을 불평했다. 그리고 취업도 결정된 마당에 "이젠 정말 제대로 공부해볼까 해서" 책을 구입했다고 한다. 그날 그 선배와 함께 더 지긋한 선배(그래봐야 둘은 한 학번 차이...)를 찾아가 맛난 것도 얻어먹고 그랬지만, 내가 생각한 최고의 수확은 바로 이 책을 읽었던 거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은 이미 공부법 분야의 세계적인 고전이 됐다고 한다. 1914년 미국의 버지니아 렉싱턴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저자는 대공황 시기 일과 공부를 병행하며 코네티컷 주의 켄트 고등학교의 교사가 되고, 이후 평생을 켄트에서 봉직한다. <단단한 공부>는 켄트 고교에서 임직한 지 얼마 되지 않은 1956년 교장의 권유로 씌어졌다. 그래서인지 책의 내용과 어조는 철저하게 '실용적'이다. 공부란 말에 둘러싸인 거창한 후광을 싹 빼고 '공부하는 사람'들을 위한 담백한 조언들로 가득하다.



저자에게 공부란 '체계를 짜는 일'이다. 그리고 그 그 체계는 오로지 '나의' 체계여야 한다. 이게 공부의 가장 흥미진진한 대목이고, 우리가 결국은 공부를 손에서 놓으면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좋든 싫든 우리들은 '남'이 짜 놓은 스케줄과 커리큘럼, 컨테이너벨트처럼 맞물린 일상의 시간표에 맞춰 살아왔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이런 삶의 질서 속에서 저마다 자기 자신이 얼마나 '타율적'이고 '습관의 노예'처럼 움직이는지 알게 된다면, 대다수는 까무러칠 것이다. 신문의 사회면처럼, '남'이 전달해주는 온갖 허섭하고 자질구레한 지식과 '삶의 경험'들이 우리 머리를 무반성적으로 경유해 흘러나간다. 이때 공부는(혹은, 공부만이) '해방의 전략'이 될 수 있다. 라캉은 타인(세계)의 욕망에 물들어 있는 주체(나)를 "나는 내가 생각하지 않는 곳에 존재한다"란 역설로 단칼처럼 표현했다. 공부는 끊임없는 반복과 훈련을 통해서 '내가 생각하지 않는 곳'으로 평생에 걸쳐 찾아가는 행위다.



공부가 곧 '나를 찾는 일'도 될 수 있다면, 그 과정이 쉬울 거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심각한 오류다. 실제로 이 책의 저자는 "공부란 무엇인가?"라고 물은 뒤 "무엇보다 공부는 어려운 일이다"라고 다소 엉뚱하게 대답한다. ("피츠버그에 있는 한 대학의 교수는 여름방학 때 북 미시간의 철로 건설 현장에서 막노동을 하며 지냈다. 1년간의 고된 공부를 마치고 쉬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그런데 이 책을 읽는다면 왜 '어려움'이 공부하는 사람들을 이끌고 구원해주는지 이해할 수 있다. 



하버드의 교육학과 학장을 지낸 헤럴드 마틴의 말마따나 공부란 "무엇보다 도덕의 문제이고 의지를 조정하는 문제이며 올바른 목적을 세우고 이를 성취하기 위해 에너지를 집중하는 문제"다. 공부는 누군가의 시간표나 책갈피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내가 계획하고, 내가 조직하고, 내가 선택해야 하는 행위다. 그 괴로움과 어려움만이 '공부하는 힘'을 길러줄 수 있다.



김우창은 인간의 이성이 자기 구원을 위한 실마리를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자신의 감각을 하나의 기억이자 통일성, 하나의 '의미'로 구축하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굳이 교수 밑에서 논문을 쓰지 않더라도, 자신이 배운 바를, 자신이 이 세상에서 느꼈던 감정을 하나의 '의미'로 꿰는 일은 우리 모두에게 절실한 어떤 것일수도 있다. 나는 나 자신이 '책 한 권'을 여전히 내지 못했다는 조바심에 대해 선배에게 투정을 부렸다. 선배는 책을 고를 때 자신보다 어린 저자가 쓴 책을 보면 왠지 기분이 나쁘다고 대꾸했다. ㅋㅋ



책이 대수랴. 공부는 어렵다.




<책갈피>



사실 암스트롱에게 공부는무엇보다 도덕의 문제이고 의지를 조정하는 문제이며 올바른 목적을 세우고 이를 성취하기 위해 에너지를 집중하는 문제였다. (...) 가능하면 모든 일은 자기 자신이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이것이 암스트롱 박사가 주장한 핵심원칙이다먼저 정직하게 자신과 마주하라자신의 공부 역량을 가늠하라그리고 체계적으로 공부하라(헤럴드 마틴)

 


공부란 무엇인가무엇보다 공부는 어려운 일이다공부는 늘 어려웠으며현재로서는 공부하지 않아도 배울 수 있는 기적 같은 비타민 캡슐을 개발하려는 과학계의 조짐도 없다공부는 배우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실천이자 계획된 목적이며 습관의 총체다. (...) 가로 30센티미터세로 30센티미터높이 450센티미터의 구덩이를 파는 것보다 라틴어 단어 50개 암기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피츠버그에 있는 한 대학의 교수는 여름방학 때 북 미시간의 철로 건설 현장에서 막노동을 하며 지냈다. 1년간의 고된 공부를 마치고 쉬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그렇다공부는 어렵다.

 


듣기를 좋아하면 지식을 얻고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 현명해진다. <집회서>

 


듣기를 배울 때는 정신을 집중하는 어려운 기술이라 여겨야 한다듣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평생 살면서 집중하는 방법을 아는 사람 대여섯만 만나도 행운이다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학력이 높다고 자부하는 사람 대부분은 다른 사람의 말에 집중하지 못한다그들이 남의 말에 집중하는 시간은 새가 짝짓기 하는 시간만큼이나 짧다이런 사람은 다른 사람의 말에 마음 열기를 꺼린다그렇게 하면 상처를 입거나 굴욕이라도 당하는 것처럼 군다이런 태도는 대인관계에 치명적이다.


 

듣기에는 두 종류가 있다하나는 잘 듣는 것이고다른 하나는 전혀 듣지 않는 것이다.


 

공부를 할 때는 스포츠나 사업군사작전처럼 계획이 필수적이다공부하는 습관즉 시간 계획을 적절하게 짜고 이를 규칙화체계화하면서 스케줄과 체계를 고수한 학생은 평소보다 곱절의 공부 효과를 얻게 된다 이는 인격 형성에 가장 중요한 기본이며이 기본을 갖추고 나면 인생에 대한 걱정도 사라질 것이다스케줄대로 꾸준히 생활한다면 곧 이런 생활이 몸에 배고 일상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것이다결국 끊임없는 반복만이 좋은 습관을 만든다공부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려 애를 쓴다면 모든 힘 중에서 가장 귀중한 것즉 공부하는 힘을 기르게 될 것이다.


 

현재라는 시간은 인간이 빼앗길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공부가 주는 최상의 효과는 좋든 싫은 반드시 해야 할 일을 하게 한다는 것이다. (토머스 헉슬리)

 

 

여러분에게 체계를 세우는 일에 대해 충고하고 싶습니다여러분 중 어렵게라도 체계를 세우는 데 성공한 사람은 일부에 지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체계를 세우는 데 실패한 사람은 오랫동안 산만함과 부주의 같은 천성과 싸워야 했을 것입니다전쟁터에서 힘들게 싸워야 하는 군인 같았던 당신 자신을이제 공부할 때 체계의 가치를 깊이 공감하는 사람으로 변화시켜야 합니다강의 시간표대로 따르기는 쉽지만생활 전반을 규칙적으로 보내기는 몹시 어렵습니다매 시간 할 일을 정하고 그것에 익숙해지도록 집중력을 키워야 합니다주의력을 분산시키지 말고 불독처럼 집요하게 당신 앞에 놓인 주제에 몰입하십시오끊임없이 반복하면 좋은 습관이 생깁니다이 습관이 마음속에 굳게 자리 잡으면 학년이 끝날 때쯤에는 지식 중에서 가장 값진 지식을 얻게 될 것입니다. (효율적으로공부하는 방법을 안다는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윌리엄 오슬러)


 

영원히 지속되는 것은 언어뿐이다. (윌리엄 해즐릿)

 


교육이란 알고 싶은 것을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 가르치는 것이다(우드로 윌슨)

 


인간이 만든 모든 물건과 모든 무생물을 통틀어 책보다 인간과 가까운 존재는 없다책은 우리의 사상과 야망분노환상진리를 추구하는 열정실수를 통한 끝없는 배움으로 가득 차 있다. (조세프 콘래드)


 

단어를 끊임없이 이어갈 줄 아는 것그것이 곧 힘이다(마거릿 애트우드)

 


아무 관심도 없는 학문을 열심히 공부해보지 않은 사람은 진정 교육받은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적성에 전혀 맞지 않는 학문에 억지로 흥미를 붙여 무언가를 배우도록 하는 것 또한 교육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T S 엘리엇)


 

집중은 지적인 과정이며선택이다흥미를 돋우면 집중력이 저절로 엄청난 힘을 발휘하여학생을 해야 할 일의 한가운데로 안내해줄 것이다흥미가 없는 곳에는 집중력도 존재하지 않고존재할 수도 없다. (길버트 하이트Gilbert Highet)



배우지 않을지언정 배우기로 하고서 능하지 못했으면 도중에 포기하지 마라묻지 않을지언정 묻기로 하고 알지 못했으면 도중에 포기하지 마라생각하지 않을지언정 생각하기로 하고 결말을 얻지 못했으면 도중에 포기하지 마라행하지 않을지언정 행하기로 하고서 독실하지 못했으면 도중에 포기하지 마라남이 한 번에 능하면 나는 백 번을 할 것이고 남이 열 번에 능하면 나는 천 번을 할 것이다. (<중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