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공주 부근에서 나무를 그리고 있는 임동식 작가(오른쪽)와 그의 친구 우평남씨.
블로그를 정리하며 오랜만에 발견했던 그 이름, 임동식. 저기서 쪼그리고 앉아 추레하게 그림 그리는 아저씨가 임동식 작가인데, 그의 그림과 말들 하나하나가 내 가슴을 촉촉하게 적신다. 미대에서 석사 중인 친구에게 그의 이름을 들려주었더니, 스마트폰으로 슥슥 넘겨본 후 "나쁘진 않지만, 이런저런 대가들을 모방했다"고 무심히 대꾸한다.
내 미술에 조예가 깊지 못하고 친구 자존심도 있으니 더 말은 않았지만, 이놈아, 라깡이니 뭐니를 붙잡고 있는 것 좀 그만두고, 너도 정말로 자연 속으로 나가라, 는 일갈을 해 주고 싶었다. 아래는 경향신문과 조선 탑클래스에 있던 그림과 인터뷰들 중에서.
“농촌 마을에 들어와 생활하면서 농사짓는 분들이나 산에서 생활하는 분들을 보고 그동안 예술영역에서 자연 운운했던 나의 활동이 얼마나 지엽적이고 슬로건적이었는지를 느끼게 됐어요. 자연 속에서 산 분들이, 제 친구 우평남과 같은 사람이 자연과 진실되게 교감하고 있는 진짜 자연예술가였던 거지요. 이런 생각을 ‘자연예술가와 화가’라는 내용으로 그려보고 싶었어요.”
“친구는 그림 안 그려? 가만 보면 친구는 생각이 너무 많아. 우린 일할 때 생각 안 해. 나보고 자연예술가 어쩌고 하지 말고, 산 밑에서 풍경화 그런 것 그리지.”
“지금은 온갖 건물에 모텔이 들어섰지만, 이전 모습을 생각하며 그리기도 합니다.”
그의 풍경화는 유화 안료를 쓰되 기름을 거의 섞지 않고 세필로 그려 섬세하면서도 담백하게 느껴진다. 작은 입자의 물감을 층층이 쌓아 올리면서 자연의 공기층까지 묘사하려 했다는 그는 “그 입자성이 유발하는 심리적 파장, 정신성이 있다고 믿는다”고 한다.

‘비단장사 왕서방-고층매장’, 캔버스에 유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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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권유한 봄비 나리는 곰나루_ 91.5×234cm, Oil on canvas, 2009~20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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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골에 심은 꽃을 그리다_ 65×91cm, Oil on canvas, 2011~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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