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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만드는 남자

불영사 ‘선식일치’(禪食一致) 정신, 책으로 나오다 (2011)









“부처님은 일체의 제법은 식(食)으로 말미암아 존재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사찰의 음식 만드는 일은 중요한 수행입니다. 음식을 만들고 먹는 일을 도를 닦는 마음으로 행하도록 힘써 왔습니다.”



경북 울진 불영계곡의 오지에 위치한 불영사(佛影寺). 신라 진덕여왕 5년(651), 천축산 깊숙이 자리한 연못에 부처님 그림자가 너울너울 떠올랐다. 이를 보고 감격한 의상대사는 연못을 메우고 그 자리에 사찰을 창건했다. 대웅전 서편 부처님 형상의 바위는 지금도 우뚝하다.



불영사(주지 일운스님)는 우리나라 최고의 비구니 수행도량 중 하나로 손꼽힌다. 지난 1969년 일휴스님 때부터 비구니 도량으로 거듭났다. 특히 1997년 불영사 내에 개원한 천축선원은 치열한 수행 원력을 자랑하는 비구니 선방으로 자리 잡았다.



이렇듯 현재 동해지역 최대의 비구니 선찰(禪刹)로 통하는 불영사에서, 최근 책이 한 권 출간됐다. 불영사 주지 일운스님이 직접 저술한 책의 제목은 <불영이 감춘 스님의 비밀 레시피>. 천 년 역사를 가진 불영사에서 오랫동안 내려오던 스님들의 음식관, 건강관, 가치관이 책에 담겨있다.



참선수행, 그리고 사찰음식. 식(食)의 자세가 중요한 줄은 알지만 여전히 알쏭달쏭한 조합이다. 그러나 불영사의 살림을 알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불영사에선 스님들이 경내 넓은밭의 채소류를 직접 경작한다. 따로 공양 보살을 두지 않고, 스님들이 직접 음식을 만들고, 설거지를 한다. 그러니 선농일치(禪農一致)를 넘어선 단계다. ‘선식일치’(禪食一致)다.



책에는 불영사의 ‘건강식단’과 사찰음식의 ‘요리법’만 담겨있는 게 아니다. 일운스님은 자연에서 나는 음식 재료 하나하나의 특징과 그것을 다듬어내는 절집 이야기를 책 안에 녹여냈다. 스님은 담백한 수필체의 문장을 통해 ‘일미칠근’(一未七斤)의 정신을 말한다. 시장에서 신선한 재료를 만나며 감사해하고 반가워하는 스님의 모습이 순선하게 느껴진다.



이와 함께 일운스님은 사찰음식의 의의를 더욱 널리 알리기 위해 매년 가을 불영사에서 ‘사찰음식 문화향연’ 축제를 봉행하고 있다. 책의 출간과 더불어, 올해 세 번째를 맞는 축제는 15일(토) 오전 11시 불암사 경내에서 열린다. 



이번 축제에선 오신채를 사용하지 않은 108가지 사찰음식 전시 및 공양행사, 다도체험과 시음행사 등이 열린다. 많은 대중들에게 사찰음식의 맛을 접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식생활 개선을 통한 진정한 웰빙 문화, 생명존중 사상을 고취할 수 있다는 게 스님의 믿음이다. 



축제에선 또 간장, 고추장, 된장 등 사찰음식과 도원도예 신동수의 달항아리 작품 등을 구매할 수 있는 일일장터 행사가 열린다. 이어 오후 1시 반부터는 연못잔디밭에서 퓨전 국악단 ‘풍류 21’이 진행하는 산사음악회도 개최된다.



불영사 주지 일운스님은 “불영사에 천년 동안 내려온 사찰음식의 비법은 결국 나 아닌 존재들의 건강한 몸과 정신을 기원하는 것”이라며 “사찰음식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위해 앞으로도 더욱 체계적인 노력을 기울이고자 한다”고 밝혔다.



의상대사는 천축산 연못에 어린 부처님을 보고 그 자리에서 화엄경을 독송했다고 한다. “사람이 활 쏘기를 배우려면, 먼저 땅을 딛는 다리를 견고히 해야 한다”는 것은 바로 그 화엄경의 구절이다. 근본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불영사 일운스님은 ‘잘 먹는 일’이 결국 사람의 근본이라고 경책하는 듯하다. 부처님 말씀의 반복이다. 식(食)이 곧 선(禪)이다. 






써놓고서 싣지도 못한, '킬'된 글이다. 이때 제일 많이 혼났던 것 같다. 불영사에 가보지도 않고 무슨 멋을 이렇게 많이 부렸느냐고 말이다. 일리가 있는 꾸중이다. 그러나 불영사의 사진들이 너무 화사하고 아름다워 멋 좀 부려보고 싶었다. 작년에 절밥을 먹으며, 숱한 절들은 물릴 정도로 봤는데도 불영사의 정경에는 무엇인가 독특한 향취가 서려있는 듯싶다. 언제 가볼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