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김동협
2. 박수현
3. 박예슬
0. 생활을 핑계대고 여태 갈무리만 해놓았던 세월호 학생들의 마지막 촬영 동영상을 봤다. 참혹하다. 정말이지 참혹했다.
1.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들의 발가벗은 모습은 나를 감정적으로 후려치면서 정화시킨다.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당시 지하철 안의 마지막 풍경을 묘사했던 장면을 읽고 완전히 울컥했던 적이 있다. 너도 나도 휴대폰으로 가족들에게 사랑한다고, 미안하다고, 보고 싶다고 전하던 모습 말이다. 그것은 클리셰가 아니다. 생의 가장 반짝이는 진실이다.
2. 그러나 그 진실이 이렇게 유투브에 고스란히 남아있어 마치 나를 100일 전 아이들의 곁으로 훌쩍 데려다 놓는 이 '영상의 시대'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잘 모르겠다. 이 또한 끔찍하다.
3. 세 영상에 등장하는 아이들 모두가 낄낄거린다. 겁을 내면서도 웃고 떠든다. "어른들도 보는 거라 욕은 못하지만" 씨바씨바거리면서 랩도 하고, 한탄도 하고, 상황 중계도 한다. 계속 웃는다. 웃으려고 애쓰려는 게 아니라, 그냥 생활에 웃음이 배어있다.
4. 김동협이라는 놈은 잘 컸으면 한따까리 했을 게 틀림없다. 이야기꾼 기질이 있었다. 말뽄새가 살아있다.
5. 김동협은 "여자친구도 없는데 사귀어놓을 껄... 그래도 모쏠은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놈이 참 재밌는 놈이었는데...
6. 아이들 모두가 어리벙벙하고 두려움에 질려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살 거라고 믿고 있다. 모두 다 그랬다. 그래서 더 슬펐지만, 그 발랄한 태도는 애틋했고 예뻤다. 엄마 아빠 미안해요라는 친구의 말에 박예슬은 "살건데 뭔 개소리야. 살아서 보자"라고 말했다.
7. 그러나 발랄한 농담과 태도가 스스로의 목숨을 보전해주진 않는다. 그들은 어리석게도 방송에 나오는 말들을 철썩같이 믿고 사지(死地)에 웅크린 채 오히려 갑판에 있던 사람들을 걱정하고 있었다. 너무도 온순하게, 선생님을 걱정하면서, 구조대를 기다리며, 웃다가, 그냥 몰살당했다.
8. 항해사의 방송이 아니라, 아마도 교사인 듯한 목소리가 "움직이지 마"라고 소리쳤다. 그러니 자라나는 아이들은 덮어놓고 구호와 명령을 믿어서도, 스승을 믿어서도 안 된다. 그 구호와 명령과 스승이 정말 합리적인 것인지를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고, 그들과 확실하게 말을 섞어보기 전에는 말이다. 이런 자세를 가르치는 게 바로 헐리웃 영화다.
9. 이 참혹한 사태 앞에서... 본질적으로는 집회와 특별법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 사건이 정치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타당하다. 그러나 이쯤 되는 사건이 정치화가 되지 않는 나라는 북한과 러시아 정도밖엔 없을 것이다. 정치화가 뭐가 어떻단 말인가?
10. 7월 19일과 오늘 시청광장에 나가지 않았던 게 후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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