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이 곡의 가사를 처음 들었을 때 '정말 엄청난 통찰이 담겨있군'이라며 놀랐었다. 편안하고 소박한 반주와 멜로디, 힘을 뺀 여린 미성의 목소리, 그래서 마치 소품격의 노래처럼 들리기도 하는 짧은 곡이지만, 그 몇줄의 대단한 가사 덕에, 나는 이 곡을 기억하고 있었다.
거짓말쟁이이며 변덕쟁이, 정신병자이자 사기꾼. 이게 솔직한 우리들 자신의 모습이다. 인간은 끊임없이 거짓말하고(한시간에 약 12.5회의 거짓말을 한다는 통계가 있다), 저밖에 모르고, 뻔뻔하게 이기적이며, 프로이트가 말하는 것처럼, 누구나 다 얼마간은 정신병적인 존재들이다.
그래도 우린 인간이니깐 사랑은 해야지 어쩌겠나. 상대방을 공주님 왕자님으로 끔찍하게 섬기고, 고백도 하고, 열렬하게 애정도 표해야지 어쩌겠나. 오로지 당신만을 바라볼 것이며, 당신을 위해서라면 불속에도 뛰어들고 저 달도 따올 수 있다고 구라쳐야지 어쩌겠는가.
그러나 인간은 낭만적으로 '사랑'하기에는 너무나 미혹한 존재들이라, 결국 사랑의 단물과 판타지가 쪽 빠진 후 남는 것은, 서로에 대한 미움과, 자신이 솜사탕처럼 이상화 해놓았던 상대방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다. 그 정확하고 냉정한 인식을 얻는 순간 소년은 아저씨가, 소녀가 아줌마가, 어린이가 어른이 되는 것이다.
고로, 아줌마와 아저씨는 '대책없이 마냥 좋은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왜? 그런 사람은 없으니깐. 아줌마와 아저씨는 '형편없지만, 지가 얼마나 형편없는지는 알고, 그 형편없는 자신을 내보일 수 있고, 그래도 그보단 쪼끔은 나아지려고 노력하는, 그러나 결국은 형편없는 사람'을 좋아한다. 왜? 아마도...... 그게 사랑이니깐.
사실 요 열흘 사이에 내 마음속에 어떤 '둑'이 무너졌고, 수백 개의 다양한 장르의 노래들이 마음속을 회오리쳤는데, 이게 언제 그 감정의 땜질이 다 끝날지는 모르겠지만서도, 그래도 나의 공주님은, 거짓말쟁이이자 변덕쟁이며, 정신병자이자 사기꾼인, 나의 공주님이다. 나 또한 그런 왕자일 꺼고. 그러니 난 이제 아저씨 다 됐다.
당신이 공주님으로 섬겼었던 그 누군가가
거짓말장이에다가 변덕장이란걸 알게된 순간
소년에서 아저씨로
소년에서 아저씨로
소년에서 아저씨로
당신이 왕자님으로 모셨었던 그 누군가가
정신병자인데다가 사기꾼임을 알게된 순간
소녀에서 아줌마로
소녀에서 아줌마로
소녀에서 아줌마로
당신이 꿈꾸어왔던 그런 사람
이 세상 어디에도 없을지 몰라
나를 그렇게 보진 말아줘
소년에서 아저씨로
소녀에서 아줌마로
소년에서 아저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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