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단 좀 웃어주고.
며칠 전에 처음 들었는데, 들으면서 빵 터지기도 했고, 노래가사가 아무래도 의미심장한 것 같아 올려둬야겠다고 생각했다. 뮤직비디오를 보곤 유희열과 정재형이 저기서 저러고 있는 걸 보고 넘어갔다. 다만 이 노래는 정식 싱글이 아니라 LG패션 의류밴드 '해지스'의 프로모션 곡이란다. UV의 뮤지가 작사 작곡을 하긴 했어도 말이다. (드럼에 해지스의 H가 적혀있다. 또 60년대 영국의 복고 캐주얼 의상도 해지스 느낌인 듯.)
토이 5집의 <좋은사람>이 히트를 친 게 딱 10년이다. 노래도 좋았고 충분히 인기를 끌었지만, 더 놀라웠던 건, 마치 '희열느님'의 천재성을 증명이라도 하듯, <좋은사람>으로 대표되는 토이의 노래들은 몇 년 뒤 광범한 "토이남" 열풍을 낳았다는 것이다. 좋아하는 여자에게 자신만만하게 손 내밀지 못하는, '그래, 난 니가 행복하면 됐어'라는 식의 지고지순한(즉, 찌질한) 2000년대의 초식형 남자들을, 이미 오래전에 예견했던 유희열의 노래들.
자, 그런 토이남 열풍이 흘러 흘러 이제는 <Who Am I>까지 왔다. 굳이 유희열이 피처링을 해서가 아니고…. 헌데, 자신이 여자의 쎄컨드라고 당당하게 밝히면서, 남자가 속으로 슬픔을 삭힌다는 내용의 노래가, 물론 이 노랜 엄청 코믹하긴 해도 말이다, 지금까지 있었던 적이 있나? 있었다면 좀 알려주길 바란다. 나는 UV를 아주 좋아하지는 않아서, 이 웃긴 인간들이 그간 발표한 노래들을 잘 알진 못하지만, 이들의 지난 히트곡 <쿨하지 못해 미안해> 정도는 안다. 그리고 그 노래와 이 노래는, 이 사회의 어떤 무의식적 '정서'를 꿰뚫고 있는 것 같다. 그 정서는 한 마디로 "남자의 추락"이다.
내가 자주 들르는 취업 사이트 중 하나가 요새 논란에 휩싸였는데, 그 논란의 주제가 바로 '아니, 같은 능력인데 왜 남자를 우선적으로 채용하느냐?'였다. 내가 여자였어도 진짜 땅을 치고 또 칠 일이, 면접 30명을 보면 여자가 25명이고 남자가 5명인데, 최종합격자를 보면 여자 2명, 남자 2명이라는 것이다. 최신 산업 동향, 남녀간 본성의 과학적 차이, 가부장주의와 젠더 문제, 여성의 직업적 성실성 여부 등등 다양한 문제가 제기됐지만, 긴 말 필요없고, 불평등한 건 불평등한 거다. 감출 길이 없다. 이건 기업은 기업이라고 치더라도, 점수 순으로 일렬횡대를 세우는 시험들, 예컨대 사시와 행시, 외시 등에서 여성들의 약진은 두려울 정도로 놀랍고, 오히려 점차 남자들을 압도하는 추세다.
더군다나, 세밀한 자료는 나중에 찾아보더라도, 이제 앞으로 몇 년간 결혼적령기를 맞이할 세대들의 남녀 성비는 상당히 '높다.' 높다는 건 여자 100명당 남자들의 수가 100명을 훨씬 초과한다는 뜻. 80년대 베이비붐 시절, 우리 사회에 남아있던 남아선호의 분위기가 마지막으로 위세 한번 떨치고 간 영향이 크단다. 통계는 이런데 이른바 '골드미쓰'들한테 왜 시집을 안 가느냐고 물어보면 자주 나오는 말 중 하나가 "괜찮은 남자가 왜 이렇게 없는지 모르겠다"란다. 다윈을 신봉하는 최재천 교수는 요즘도 매일같이 조선일보에 "남자는 결국 '간택'받아야 하는 약한 존재다. 진정한 권력은 여성에게 있다"는 내용의 칼럼을 쓰고 계신다. 요새 남자들 상황도 모르고 말이다.
자정이 넘었기에 더 자세한 얘기는 다음 기회에! 본인은 남녀 문제(다시말해, '애정지사')가 이 세계의 어떤 거시적 · 미시적 문제들보다도 결코 중요성이 떨어지지 않는 '핫이슈'라고 생각하는 바이다. 어쨌든 UV와 유희열, 정재형이 부릅니다. <Who Am I>.
나는 여자친구가 있다. 그리고 내 여자친구는 남자친구가 있다. 내가 아닌
오늘 우연히 너를 보았어 나와 있을 때와 다른 (행복한 너의 미소)
인정해줄게 너와 그 사람 내가 첫 번째가 아닌 (너의 두 번째란 것을)
순서는 상관없어 누가 먼전지
그저 같은 마음으로 (나도 키스해주면 돼)
나에게 넌 소중한 첫 번째 (Girl friend)
이렇게 난 소소한 두 번째 (Secret lover)
Your boy friend
헤어지라고 매일 기도해
너는 나와 다를 거야 (왜냐면 넌 불교니까)
같은 영화 두 번 보는 네가 걱정돼
나는 상관 안할테니 (결말만은 말하지마)
나에게 넌 소중한 첫 번째 (Girl friend)
이렇게 난 소심한 두 번째 (Secret lover)
언젠가 날 떠나도 이해해 (Girl friend)
I need you a girl
하지만 우린 영원히 사랑해 (Je te promets)
(Secret lover) I’m boy friend
(Secret lover) 나도 Boy friend
뚜뚜번 두 번 두 번 두 번째
나는 뭔데 그럼 나는 뭔데
Who am I Tell me baby
Hey girl Hey boy Hey girl Hey boy I love you
You are girl friend I'm your boy friend
암요~ 나는 보이 프렌드에요~ 암요~ 아무럼요
누군가 나에게 사랑이 뭐냐고 묻는다면
과연 누가 사랑할 자격이 있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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