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 이 노래의 화자는 여행자를 바라보는 사람이다. 그는 말한다. 이봐, 넌 나를 마치 유령을 보듯, 동물을 대하듯이 바라보는구나. 아마 넌 나를 보고 충격을 받을 거야. 그 충격은 이곳의 고여있는 사람들은 결코 느낄 수 없는 거지. 그러니깐 이 멍청아, 천천히 가라고. 그렇게 두리번거리면서 서두르지 말고. 여행자 티는 그만 내고, 네가 바라보는 것들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천천히 가라니깐.
이 노래의 화자는 엉거주춤 서두르는 여행자를 바라보는 사람이다. 그런데 웬걸, 그는 문득 여행자의 시선으로 스스로를 바라보기 시작한다. 너가 충격을 받았던 순간 말야. 그건 사실 내가 허위와 자기기만으로 날 치장하던 때였어. 나도 부끄러웠지. 너는 내게 묻는군. 어딜 그렇게 정신없이 달려가느냐고 말야. 너 자신도 서두르는 주제에, 이 도시의 풍경을 허겁지겁 삼키기에 바쁘면서도, 너는 나를 여행자 취급하는군. 네가 여행자인 주제에, 나를 여행자로 몰아세우다니. 멍청아, 서두르지 말라고, 라고 말하다니.
누가 여행자이고 누가 여행자가 아닌가. 네가 여행자냐, 내가 여행자냐. 이 노래를 무한반복하는 땐 마음이 산란하고 무거운 시간. <OK COMPUTER>는 앞으로도 평생 들을 앨범이고, 설령 이 노래의 가사 중에서 'Hey, man, Slow down'만 알아들어도 노래의 뜻과 깊이는 청자를 감동시킬 것이다. 얼마전 사랑하는 사람에게 '나는 여행이 여행자를 성숙하게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흘겨 말했더라도, 나는 여행을 많이 다닐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네가 여행자인지, 내가 여행자인지 물으면서 발걸음을 옮기고 싶다.
It barks at no one else but me
Like it's seen a ghost
I guess it seen the sparks a-flowing
No one else would know
Hey man slow down, slow down
Idiot, slow down, slow down
Sometimes I get overcharged
That's when you see sparks
You ask me where the hell I'm going
At a thousand feet per second
Hey man slow down, slow down
Idiot slow down, slow down
Hey man slow down, slow down
Idiot slow down, slow d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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