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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DEN SLUMBER

극예술연구회 日記




바로 어제, 토요일 저녁 들꽃 2학기 새내기 독백발표회를 다녀왔다. 참석한 이들 중 내가 학번이 가장 높았다. 1학년을 제외하곤, SH와 JM밖에 오지 않았다. 2학기에 새로 들어온 친구들은 세 명이었고, HJ와 SR까지 5명이 발표했다. 


독백연기는, SR와 YC가 미흡했고, HJ와 SY와 이가 좋았다. 기본적인 발성과 자신감, 감정의 발산이라는 측면에서 뛰어났다.


'독백발표'라는 것도 어떻게 보면 참 웃긴 것이다. 



'배우로서의' 개인에 대한 극대화를 노린 것이라고 한다면, 그러한 극단적인 강조는 모노드라마에나 간신히 해당하는 것일지도. 1인극을 제외한 어떠한 연극에도 '독백'은 없다. 어떤 독백도 상황과 다른 인물과 감정의 흐름에서 외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



차라리 독백->이인극->상황극->공연 이라는 상투적인 구조로 2학기를 진해할 바에야, 처음부터 이인극과 상황극으로 이런 자리를 꾸몄더라면 훨씬 더 좋았을 법하다. 새내기들이 감정의 자유로운 소통과 분출을 익힐 수 있는 측면에서는. 1학년 친구들이 <도대체 뭘 안다고> 그네를 가르친다고 저렇게 나서는가? 



하지만 나는 <전통적인> 패러다임을 고수하는 동아리에서는 아직도 퍽이나 '주변인'적인 위치에 있을 뿐더러, 지금은 돈 버느라 정신없는 휴학생 선배일 뿐이다. 그 자리에서라도 SH가 나에게 진행의 '묘'를 좀더 양보했다면….



발표 후에 상황극이랍시고 1학년 새내기들이 몇개 꾸며내었던 것들은 정말이지 우스꽝스럽고 지루하고 바보같은 짓들이었다. 조금 혐오스럽기까지 했다. 저렇게 배우들이 '연출(선배)의 의도에 따라' 고분고분하고 '전통적'으로 길들여지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자율적인 선택과 행동이 부드럽게 용납되는 분위기와 규범이 없으면, 배우는 배우들끼리 협조하는 법을 모르고 더 협소한 '독백의 세계'에 빠져들 뿐이다. 



그것은 배우의 탓이라기보다는 연출과 선배와 동아리의 탓이 훨씬 더 크다. 자신이 설정한 바보같은 상황극을 보고 좋아라 하는 SH의 모습은 조금 안타까웠다. 권력을 즐기는 무능하고 무지한 연출 역할의 전형을 보는 듯.


그래서 내가 이번 주중에 즉흥연기 및 상황극 스터디를 한다고 애들한테 말하기는 했는데…. 괜한 말을 뱉은 것은 아닌지 후회했다. 마침 겨울공연 연출을 맡는다고 발표하기도 했던지라, 아마 겨울공연까지 이어지는 학습의 장이 될 것이지만, 이래저래 난관이 있을 듯. 뭣보다도 나 자신의 확신과 능력도 부족하고. 이왕 할 것이라면 제대로 해야겠지. 이번주중에 책도 많이 들춰보고, 계원예대 윤 교수님도 찾아뵙고, 한양대 연영과 교수님들도 찾아가보고 해야 할 것 같다. 


조금더 빡빡하고 부지런하게 살 일이다. 사람들과의 호흡과 감정을 부드럽게 유지하면서, 강한 순간들을 만들어가는 한 주가 되길 스스로에게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