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oo intelligent, too demanding, and too resourceful for anyone to be able to take charge of me entirely. No one knows me or loves me completely. I have only myself.”
― Simone de Beauvoir
보부아르에게는 역시 불공평한 후세의 시선인가, 내 무딘 지성을 탓해야 하는 건가. 벌써 보부아르에 관해 말하려니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역시 사르트르와의 관계다. '계약결혼'이란 자유롭고 전복적 사랑을 실천했던 둘의 관계에 있어 "그 성취와 가능성은 ‘말’이었다."(김영민) 말과 글, 지적 세계를 공유하는 반려자. 생각만 해도 짜릿한 연애지만, 이러한 플라토닉한 관계가 사랑이라곤 도저히 생각할 수가 없다. 사랑은 전면적인 것이고, 결국 자기 자신을 버리고 깎아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보부아르가 당대의 '바비인형' 같은 여성들의 (남성에 대한) '헌신'과 '포기'를 보고 얼마나 가슴이 갑갑했을지 짐작도 되지만, "모든 사람은 혼자"라는 그녀의 실존주의적 선언은 (사르트르와 마찬가지로) 서구 근대의 과잉된 자의식을 반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녀의 과잉은 개척의 향기를 내뿜으며 늠름하다. 그 '늠름함'이 <제2의 성>도 읽지 않은 무식하고 불성실한 독자가 오래 전 <모든 사람은 혼자다>를 읽으며 느꼈던 감정이다. 강한 여자가 아름답다.
<책갈피>
1940년 9월(프랑스가 나치 독일에 항복한 해)에, 저 외출을 싫어하는 소시민이 가구에 웅크리면서 한 말입니다. "모두 여전히 같은 비프스테이크를 먹고 있잖아."
나는 물체가 아니라 '자발성'인 것입니다.
하이데거 "인간은 멀리 있는[他地] 존재이다"
"인간은 순간의 상태로 환원된 경우에 있는 것보다 항상 무한히 존재하는 것이다"라고 그는 말합니다. 어떤 생각, 어떤 눈초리, 어떤 의향도 초월성입니다.
폴 쟈네 (프랑스 심리학자)
"신경쇠학자들은 아무리 아름다운 광경에 접해도 무관심한 감정밖에 느끼지 않는다. 그들의 뇌리에는 어떠한 행동의 준비도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가나안이란 땅의 아름다움은 그것이 여러 가지 새로운 약속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타인 위에 올라앉은 숙명적인 것, 그것은 언제나 우리입니다. 즉 숙명적인 것이란 모든 타인의 자유성이 각인을 향해 들리는 응결된 얼굴입니다. 도스토예프스키가 "각인은 모든 사람 앞에서, 모든 일에 책임이 있다"고 말한 것도 이 뜻입니다.
어떤 거절도 선택입니다. 어떤 침묵도 목소리입니다.
선택하지 않기 위해서는, 선택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을 또한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도저히 달아날 수 없습니다.
우리들의 존재가 실현되는 것은 세계 속에서 위험한 상태를 선택하는 일만에 의하여 가능합니다. 그것은 싸움입니다.
그러므로 타인이 미래를 향하여, 내가 자신의 것이라고 인정하는 미래를 향하여, 나를 던질 필요가 있습니다.
자유인 것, 그것은 계산도 없고 돈도 걸지 않은 채, 세계 속에 몸을 던지는 일입니다. 어떤 판돈이나 어떤 척도도 스스로 한정하는 것입니다.
자유인 사람들, 내가 부르는 소리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들을, 나는 자신의 바로 앞에 가지고 있을 필요가 있습니다. (...) 학자는 자기와 같은 수준에 이른 사람들에게만 말할 수 있습니다. (...) 우리가 부르는 소리가 허공에서 사라져버리지 않기 위해서는 나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이 내 옆에 필요합니다.
폭력에 의하여 사람은 아이에서 하나의 성인을 만들고, 유목민에서 하나의 사회를 이룹니다. 투쟁을 포기하는 것은 초월성을 포기하는 것이 되고 존재를 포기하는 일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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